예언은 시커먼 비밀의 물처럼 언제나 거기 있다.
평소에는 어딘지 모르는 장소에 몰래 숨어 있다. 그러나 어떤 때가 되면 소리도 없이 넘쳐 흘러, 네 세포 하나하나를 차디차게 적시고, 너는 범람하는 그 잔혹한 물속에 빠져 허덕이게 된다. 너는 천장에 있는 공기구멍에 매달려서, 밖의 신선한 공기를 필사적으로 들이마신다. 그러나 거기에서 빨아들이는 공기는 바싹 메말라 있어서 네 목구멍을 뜨겁게 태운다. 물과 갈증, 차가움과 뜨거움이라는 대립적인 요소가 힘을 합쳐서 동시에 너에게 덤벼든다.
세계에 이렇게 넓은 공간이 있는데도, 너를 받아줄 공간은ㅡ그건 아주 조그만 공간이면 되는데ㅡ어디에도 없다. 네가 목소리를 구할 때 거기 있는 것은 깊은 침묵이다. 그러나 네가 침묵을 구할 때 거기에는 끊임없는 예언의 소리가 있다. 그 목소리가 이따금 네 머릿속 어딘가에 숨겨져 있는 비밀 스위치 같은 것을 누른다.
네 마음은 오랫동안 내린 비로 범람한 큰 강물과 비슷하다. 지상의 표지판이나 방향판 같은 건 하나도 남김없이 그 탁류 속에 모습을 감추고, 이미 어딘가 어두운 장소로 옮겨져 있다. 그리고 비는 강 위로 계속 억수같이 퍼붓고 있다. 그런 장마 광경을 뉴스 같은 데서 볼 때마다 너는 이렇게 생각한다. 그렇지, 꼭 그대로다, 그게 바로 내 마음과 같은거야, 하고.
무리카미 하루키, 「해변의 카프카」中
나도 저 소설처럼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에서, 비슷한 감정의 홍수를 겪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. 내가 방황 하고 있을 때, 그 누구도 나에게 답을 주진 않는다. 동시에 내가 홀로 있기를 바랄 때, 그 누구도 나를 침묵속에 두지 않는다. 그러나 그 화나는 '예언의 소리'가 내게, 이정표인적은 한 번도 없었던 것 같은 기분이 든다.
팔랑귀
2008/04/28 22:23
2008/04/28 22:23